은행 창구에서 30분을 고민한 이유
작년 9월, 처음으로 월급을 온전히 내 것으로 쓸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진 비상금도 없고 남은 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은행에 가서 상담사에게 “예금이랑 적금 뭐가 다른데요”라고 물었을 때 받은 답변이 너무 일반적이었다. “예금은 언제든 빼고, 적금은 매달 모아요”라는 식이었다.
그건 알겠는데, 그럼 내 월급 30만 원으로 뭘 먼저 해야 하는 건지가 문제였다. 결국 그날은 아무것도 못 하고 나왔다.
예금, 금리보다 유연함이 먼저다
예금은 내가 정한 기간 동안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2026년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대략 3.5~약 4% 정도다. 3개월짜리 예금에 100만 원을 넣으면 약 8,750원의 이자를 받는 셈이다.
예금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든 돈을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만기 전에 깨면 금리가 깎이지만, 정말 급할 땐 그 손해를 감수하고 빼낼 수 있다. 내가 작년 11월에 예금 100만 원을 6개월 약정으로 들었는데, 12월에 갑자기 노트북을 사야 할 일이 생겼다. 손해를 보고라도 빼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안심인지 그때 알았다.
단점은 금액이 커질수록 금리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500만 원을 1년 예금에 넣어도 받는 이자는 월 15만 원 정도인데, 이건 내가 프리랜서 일을 하루 더 하면 나오는 돈이다. 결국 예금은 “안전하게 놔두되, 필요하면 빼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람에게 맞다.
적금, 규칙이 돈을 만든다
적금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넣고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2026년 은행 정기적금 금리는 대략 3.8~약 4% 정도로, 예금보다 조금 더 높다.
적금의 진짜 장점은 강제로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달 자동이체로 30만 원씩 1년 적금을 들면, 12개월 후 받는 금액은 약 361만 원이다. 원금 360만 원에 이자 1만 원 정도가 붙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자보다 “내가 360만 원을 모았다”는 사실이다. 자동이체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 돈을 다른 데 썼을 것이다.
내가 작년 10월부터 월 30만 원씩 적금을 시작했는데, 8개월 뒤에 통장을 봤을 때 240만 원이 쌓여 있었다. 그 돈으로 노트북도 사고 비상금도 만들 수 있었다. 예금만 했으면 그 정도 규모의 금액을 모으기가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것 같다.
다만 적금의 단점은 만기 전에 깨면 이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6개월짜리 적금을 3개월 만에 깨면 이자를 못 받고 원금만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적금은 “이 돈은 6개월(또는 1년) 동안 안 쓸 거야”라는 확신이 있을 때만 들어야 한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식
지금 내 계좌엔 두 가지가 다 있다. 월급이 들어오면 먼저 30만 원을 적금 계좌로 자동이체한다. 그리고 남은 돈 중에 20만 원은 3개월 예금으로 돌린다. 예금은 분기마다 만기가 되니까, 그때마다 금리를 비교해서 더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적금에 합친다.
적금은 강제성이 필요한 사람, 예금은 유연함이 필요한 사람에게 맞다. 돈을 못 모으는 성향이라면 적금부터 시작하고, 이미 월급 관리를 잘하고 있다면 예금으로 금리 이득을 노리는 게 낫다. 내 경우엔 둘 다 필요했다. 적금으로 돈을 모으고, 예금으로 언제든 쓸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