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월급의 20%를 묻어두기 시작한 이유

통장을 나누던 날 깨달은 것

작년 9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월급 380만 원에서 세금과 보험료를 빼니 실제로 손에 쥐는 건 320만 원. 그 돈으로 월세 (시점·지역별 다름), 생활비 150만 원을 빼면 남는 게 50만 원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남은 돈을 그냥 통장에 놔뒀다. 이자는 거의 붙지 않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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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집에 와서 처음 해본 게 통장 쪼개기였다. 월급이 들어오는 입금통장, 생활비를 쓰는 소비통장, 그리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는 별도 통장. 세 개로 나누고 보니 심리적으로 확 달랐다. 특히 세 번째 통장에 20만 원을 옮기고 나서부터는 그 돈이 자꾸만 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40대가 가장 후회하는 것

재정설계 상담을 받으면서 들은 말이 있다. 4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가 ’20대 때 왜 조금이라도 안 뒀나’라는 것. 당시엔 월급이 적어서 못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다.

지난 3월에 같은 팀의 46세 선배와 점심을 먹으면서 들은 얘기가 있다. 그분은 30대 초반부터 매달 25만 원씩 정기적금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금리가 3% 초반이었는데, 그 정기적금이 15년이 지난 지금 약 5천만 원대가 되어 있다는 것. 거기에 적금 이자로 받은 돈을 따로 펀드에 넣었다니까 총액은 더 컸다.

그분은 “그때 월급이 250만 원 정도였는데, 그 안에서 10% 정도만 떼서 했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계산을 다시 해봤다. 내가 지금 월급의 10%를 20년간 넣는다면? 금리를 보수적으로 3%로만 잡아도 약 1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그 돈을 그냥 통장에 놔뒀다.

작은 금액이 모이는 방식

올해 1월부터 내가 한 일은 간단했다. 월급이 들어오면 자동이체로 20만 원을 정기적금에 넣는 것. 금리는 약 3%. 매달 20만 원, 연 240만 원이다. 1년 뒤에 이 적금이 얼마가 될지 계산해보니 약 245만 원. 이자가 5만 원 정도다.

5만 원이면 커피값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반복’이다. 이 5만 원이 매해마다 쌓이면 10년 뒤엔 약 60만 원의 이자가 생긴다. 그리고 그 이자를 다시 굴리면…

작년에 읽은 자산관리 책에서 본 표가 있다. 월 20만 원을 30년간 약 3% 금리로 넣으면 약 1억 2천만 원이 된다는 것. 처음엔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숫자가 현실처럼 느껴진다.

40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

40대가 되면서 느낀 건, 돈이 ‘한 번에’ 모이지 않는다는 것. 큰 보너스나 상속을 기대할 수 없으니까, 결국 작은 금액을 얼마나 꾸준히 굴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정기적금의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것.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 정기적금 금리가 3% 중후반대인데, 올해 중반이 되면서 3% 초반대로 내려갔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내년엔 더 낮은 금리로 들어야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어려운 투자가 아니다. 그냥 월급에서 20만 원을 빼서 3년 만기 정기적금에 넣는 것뿐이다. 펀드도, 주식도 아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이 묻는 것

최근 2주일간 같은 회사의 44세, 48세 동료들이 내게 같은 질문을 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둘 다 지금까지 따로 자산을 모은 게 없다고 했다.

내 답은 간단했다. “지금이 가장 빠를 때다.” 50대가 되면 월급이 깎일 수도 있고, 명예퇴직을 권유받을 수도 있다. 지금 월급의 15~20%를 떼어낼 수 있다면, 그 기간이 길수록 복리가 커진다.

한 동료는 “그럼 얼마부터 시작해야 하나”고 물었다. 나는 “월급의 10%면 충분하다”고 했다. 월급 300만 원이면 30만 원. 이 정도면 생활에 큰 무리가 없으면서도 10년 뒤 꽤 의미 있는 금액이 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40대 재테크는 복잡하지 않다. 큰 돈을 한 번에 모으려다 보니 막히는 거고, 작은 돈을 꾸준히 모으면 된다. 내가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8개월간 한 일은 그것뿐이다. 통장을 나누고,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그 돈을 건드리지 않는 것.

지난주에 처음 들어온 정기적금 이자를 확인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5천 원짜리 이자였지만, 그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은 돈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40대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 다만 시작이 빠를수록 좋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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