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를 때 내 자산은 실제로 얼마나 녹았나

숫자로 보니 더 무서웠다

2026년 초, 1년 만기 정기예금을 해지하면서 통장을 들여다봤습니다. 원금 500만 원에 이자가 약 18만 원 붙어 있었습니다.

a stack of gold coins sitting next to each other
Photo by William Warby / unsplash

세금 약 15% 떼고 나니 실수령 이자는 15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약 2%였으니, 500만 원의 구매력은 이론상 11만 5천 원어치가 줄어든 셈이었습니다.

이자로 번 돈과 물가에 깎인 돈이 거의 상쇄되는 구조였습니다. 머리가 멍했습니다.

돈을 맡겨두는 것 자체가 ‘안전’이라고 믿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제자리도 아니었던 겁니다.

이 경험 이후 저는 수익률을 명목 수익률이 아닌 실질 수익률로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질 수익률은 단순합니다. 명목 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됩니다. 예금 금리가 약 3%이고 물가가 약 2% 오르면 실질 수익률은 약 1%에 불과합니다. 세금까지 고려하면 그 1%도 사실상 0%대로 내려앉습니다.

자산 유형별 실질 수익률, 수치로 비교해보면

2026년 현재 시중 주요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약 연 3.0~약 3% 수준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2% 안팎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세후 실질 수익률은 0.5~약 0% 수준에 머뭅니다. 1억 원을 1년 예치해도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구매력은 50만~80만 원 정도라는 뜻입니다.

반면 국내 주요 주식형 ETF의 최근 5년 평균 연환산 수익률은 자산마다 다르지만, 코스피200 추종 ETF 기준으로 연 평균 약 6~8% 수준이 거론됩니다. 물론 변동성이 크고 손실 구간도 있습니다.

2022년 한 해만 놓고 보면 같은 유형의 ETF가 20% 안팎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단기로는 예금보다 훨씬 위험하지만, 10년 이상 장기 보유 시 실질 수익률 면에서 예금과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집니다.

부동산은 어떨까요.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명목 가격 상승률은 연 평균 약 5~7%로 추정됩니다. 다만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관리비 등 보유·매도 비용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표면 수치보다 낮아집니다.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하면 수익률이 극대화되기도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 비용이 실질 수익을 잠식하는 구조가 됩니다.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 거론되는 것들의 실제 성적

금(골드)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꼽힙니다. 달러 기준 금 현물 가격은 2020년부터 2026년 초까지 약 60% 이상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누적 물가 상승률이 약 20% 내외였으니 실질 수익률 측면에서 긍정적인 편입니다. 다만 금은 배당이나 이자가 없고, 보관·거래 비용이 발생하며, 단기 변동성도 상당합니다.

물가연동국채(TIPS 또는 국내 물가연동채)는 원금 자체가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되어 조정되는 구조입니다. 물가가 오를수록 원금이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이자도 증가합니다. 안정성 면에서는 예금과 비슷하지만 인플레이션 방어 기능이 내장돼 있습니다. 국내 물가연동채 발행 규모는 전체 국채 시장 대비 아직 작은 편이라 유동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배당주나 리츠(REITs)는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기에 주목받습니다. 국내 상장 리츠의 배당 수익률은 종목에 따라 연 4~7% 수준으로 분포합니다.

물가 상승분을 임대료 인상으로 일부 전가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 리츠 주가 자체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배당 수익률과 자본 손실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조합하느냐

단일 자산에 전부 넣는 방식은 어떤 자산이든 리스크가 있습니다. 예금만 두면 물가에 녹고, 주식만 보유하면 변동성에 흔들립니다.

제가 지금 유지하는 방식은 예금과 채권형 자산으로 전체의 약 40%를 안정 쪽에 배분하고, 국내외 주식형 ETF에 약 40%, 금 관련 자산과 리츠에 나머지 20%를 나눠두는 구조입니다. 비율이 정답은 아니고, 개인의 소득 안정성과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핵심은 ‘물가가 내 자산을 얼마나 깎고 있는가’를 주기적으로 따져보는 습관입니다. 통장 잔액이 늘었다고 해서 구매력이 늘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질 수익률 0%는 제자리가 아니라 사실상 뒤처지는 것입니다. 자산 배분을 고려할 때 명목 수익률 말고 실질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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