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기 전까지는 감으로만 했다
2026년 2월, 연말정산 환급금 약 38만 원이 통장에 들어온 날 문득 계산기를 꺼냈습니다. 그 해 1년 동안 내가 실제로 저축에 쓴 돈이 얼마인지 처음으로 제대로 따져본 거였습니다.
월 실수령액 약 268만 원 기준으로 적금에 넣은 돈은 월 40만 원, 비율로 치면 약 15% 수준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명확하지 않았고, 그 사실이 생각보다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조가 없었던 셈입니다.
자산 배분이라는 말은 투자 고수들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월급에서 얼마를 어디에 쓸지 비율을 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감으로 하면 매달 결과가 달라지고, 숫자로 정해두면 최소한 방향이 생깁니다.
실수령액 기준 배분 비율, 어떻게 잡을까
재무 설계 쪽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준 중 하나는 실수령액의 약 50%를 고정 지출, 30%를 변동 지출, 20%를 저축·투자에 쓰는 구조입니다. 이른바 50-30-20 원칙인데, 월 실수령 250만 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저축·투자에 쓸 수 있는 금액이 약 50만 원이 됩니다.
이게 너무 빡빡하다면 15%로 낮춰도 약 37만 원, 이 정도도 꾸준히 지키면 1년에 444만 원이 쌓입니다.
문제는 이 20%를 어디에 넣느냐입니다. 단순히 적금 하나에 몰아넣으면 2026년 기준 시중 적금 금리가 연 3% 안팎이라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실질 수익률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축·투자 비율 안에서도 다시 나눠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상금 성격의 예비 자금 약 30%, 중기 목표(3년 이내)를 위한 채권형 상품이나 파킹통장 약 30%, 장기 투자(5년 이상)를 위한 ETF나 연금저축 약 40%로 쪼개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월 50만 원 기준으로 이 비율을 적용하면 비상금 15만 원, 중기 15만 원, 장기 투자 20만 원이 됩니다. 작아 보이지만 장기 투자분 20만 원을 연 7% 수익률 기준으로 10년 복리 계산하면 원금 약 2,400만 원에 수익까지 합쳐 약 3,460만 원이 됩니다.
비율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
배분 비율을 정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내 고정 지출이 실수령액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입니다.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구독 서비스처럼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항목을 전부 더해보면 생각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령액 268만 원 기준으로 고정 지출이 이미 160만 원을 넘는다면 50-30-20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20% 저축 목표를 먼저 달성하려 하기보다, 고정 지출 항목 중 줄일 수 있는 게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실제로 보험료 하나만 정비해도 월 3만~7만 원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복 가입된 보장이나 필요 없어진 특약을 정리하면 그 금액이 바로 투자 재원이 됩니다. 배분 비율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비율을 현실에서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게 순서입니다.
재테크는 거창한 시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번 달 실수령액을 적고, 고정 지출 합계를 빼보는 것만으로도 내 돈의 구조가 처음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그 숫자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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