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는 열었는데, 손이 안 움직였다
지난해 가을, 증권앱을 설치했다. 친구들이 하나둘 주식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나도 따라가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앱을 깔고 본인인증까지 마쳤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화면에 떠 있는 수천 개의 종목 앞에서 손가락이 떨렸다. 뭘 사야 하는지, 언제 사야 하는지, 얼마를 사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2주를 들어갔다. 계좌는 있는데 한 주도 못 샀다.
첫 매수 전에 내가 물어봐야 했던 것들
결국 내가 정리한 건 단순했다. 주식을 산다는 건 회사 일부를 사는 건데, 내가 그 회사를 알고 있는가. 작년 실적이 어땠는가. 올해는 어떤 계획인가. 이런 것들이다.
처음에는 인기 있는 종목부터 찾아봤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기업들. 하지만 뉴스에 자주 나온다는 건 이미 많은 사람이 주목했다는 뜻이다. 가격도 이미 많이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원하는 건 ‘남들이 놓친 기업’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했다.
그래서 기준을 정했다. 첫째, 매출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는가. 둘째, 영업이익률이 업계 평균 이상인가. 셋째, 내가 사용해본 제품이거나 앞으로 쓸 가능성이 있는가. 이 세 가지만 확인했다.
한 주가 아니라 금액으로 생각해야 했다
많은 입문자가 하는 실수가 있다. 주식 가격만 본다는 것이다. 1,000원짜리 주식이 10,000원짜리 주식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주가가 아니라 내가 투자할 금액이다.
나는 월급의 10%를 정했다. 월급이 300만 원이면 30만 원. 이 30만 원으로 한 종목에 몰아주는 게 아니라, 3개 종목에 각각 10만 원씩 나눴다. 한 종목이 떨어지더라도 전체 자산의 3분의 1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첫 매수는 15만 원짜리 주식 3주였다. 작은 금액이지만, 내 돈이 증권사 계좌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걸 보는 경험은 달랐다. 수익도 손실도 내 선택의 결과였다.
손가락이 떨린 이유를 이제 안다
그 불안감은 결국 책임감이었다. 남의 돈이 아니라 내 돈을 쓰는 거였고, 그 결과도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걸 몸으로 느낀 것이다. 증권앱 깔고 한 달 뒤, 나는 여전히 초보자지만, 적어도 ‘왜’ 산다는 건 알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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