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20만원 받는 사람이 굴릴 수 있는 자산 비중을 숫자로 따져봤습니다

숫자로 보면 보이는 것들

재테크 방법을 검색하면 대부분 비슷한 말이 돌아옵니다. 분산 투자해라, 비상금 모아라, 장기 투자해라. 다 맞는 말인데 문제는 내 월급 통장에 그 조언을 어떻게 끼워 넣느냐죠.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가계부를 엑셀로 옮겨 한 칸씩 숫자를 채워봤습니다. 추상적인 조언 말고 실제 비율로 따져보니 그제야 어디가 새고 어디가 굳어 있는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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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attanan23 / pixabay

2026년 5월 현재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는 대략 3% 초중반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파킹통장은 2%대 후반에서 3% 초반 사이에 분포해 있습니다. CMA는 운용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RP형 기준으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숫자들을 머릿속에 깔고 봐야 어디에 얼마를 둘지 결정이 됩니다.

월 실수령 320만원을 쪼개본 결과

제가 2026년 12월에 직접 해본 일입니다. 평일 저녁 퇴근하고 회사 근처 카페에 노트북을 펴고 앉아서 통장 네 개를 다 캡처해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월 실수령 320만원 기준으로 고정지출이 168만원, 생활비가 약 75만원, 남는 돈이 77만원 정도였습니다. 77만원이라는 숫자를 처음 정확히 본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그동안 100만원은 모은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23만원이 적었던 겁니다.

그 77만원을 어떻게 분배했냐면, 비상금 적립 15만원, 연금저축펀드 20만원, ETF 자동매수 25만원, 자유 적금 17만원으로 나눴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비상금 약 19%, 연금 26%, 투자 32%, 적금 22% 정도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비율, 그러니까 비상금 6개월치를 먼저 채운 뒤 투자 비중을 늘려가라는 조언과 비교해보면 저는 비상금이 이미 6개월치를 채운 상태여서 투자 쪽 비중을 키운 구성이었습니다.

수단별 기대수익을 줄 세워봤습니다

숫자로 비교하니 더 명확했습니다. 정기예금 약 3% 가정, 1년 100만원 넣으면 세후 약 2만 7천원대 이자가 남습니다.

파킹통장 약 2% 가정, 같은 금액 1년이면 세후 2만 3천원 안팎입니다. 차이는 4천원 정도인데 파킹통장은 언제든 뺄 수 있다는 게 다릅니다.

반면 ETF는 변동성이 큽니다. 미국 S&P500을 따라가는 ETF의 과거 장기 연평균은 대략 7~10% 구간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어떤 해는 마이너스 20%도 나옵니다.

연금저축펀드는 좀 결이 다릅니다. 연 600만원까지 납입하면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기준으로 약 16%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600만원 다 채우면 99만원이 환급되는 셈이죠. 운용수익률을 0%로 가정해도 납입만으로 약 16% 효과가 나는 상품은 흔치 않습니다.

다만 55세 이전 중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 약 16%를 토해내야 하니 묶이는 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비율을 조정하면서 배운 것

처음 3개월은 ETF에 40%, 연금에 15% 정도로 시작했는데 너무 변동성이 큰 자산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월에 시장이 4% 정도 빠진 주가 있었는데 그때 잠이 잘 안 왔습니다. 그래서 2월부터 비중을 조정해 ETF 32%, 연금 26%로 바꿨습니다. 숫자로는 8%포인트 차이지만 마음의 무게는 확 줄었습니다.

결국 재테크 방법이라는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월급과 내 성격에 맞는 비율을 찾는 작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는 ETF 50%가 편하고 누구는 예적금 70%가 편합니다.

중요한 건 매달 들어오는 돈의 흐름을 한 번이라도 종이에 적어보는 일입니다. 적어보면 새는 곳이 보이고, 보이면 막을 수 있고, 막으면 굴릴 돈이 생깁니다.

저도 그 77만원이라는 숫자를 보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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