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사 상담을 받기 전에 직접 정리해야 할 것

재무설계사 상담, 언제부터 필요할까

작년 10월쯤 직장 선배가 재무설계사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월급 380만 원, 저축액 월 80만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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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inabobo88 / pixabay

상담료로 50만 원을 냈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첫 반응은 ‘아직 멀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금리 역전이 심해지고 연금저축펀드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누구나 어느 순간부터는 재무설계사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다만 그게 언제인지, 그리고 상담 전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상담 받기 전, 내 통장부터 봐야 했던 이유

재무설계사 상담을 받기로 마음먹은 건 올해 2월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월급은 꾸준히 들어오는데, 저축 계좌에 모인 돈의 이율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2,400만 원은 연 약 3% 고정금리였고, 펀드 계좌 1,800만 원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5% 정도였다.

그 사이에 연금저축펀드도 있고, 회사 퇴직금 대체 통장도 있었다. 상황이 복잡했다.

상담 신청 전에 한 일은 지난 3년간의 통장 내역을 엑셀에 정리하는 것이었다. 월급 들어오는 날, 자동이체 빠져나가는 항목들, 그리고 각 저축 계좌에 얼마씩 들어갔는지.

이 과정에서 깨달은 건 내가 매달 평균 120만 원을 저축하고 있었는데, 그 돈들이 어디로 흩어져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정기예금 3개, 펀드 2개, 적금 1개.

금리도 다르고, 만기도 다르고, 수수료도 다르게 책정돼 있었다.

재무설계사와의 첫 상담, 가장 유용했던 부분

3월 초에 상담을 받았다. 상담사는 내가 정리한 통장 내역을 보더니 가장 먼저 물었다.

“이 정기예금들이 언제 만기되나요?”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에 알림을 설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중요했다. 상담사가 제시한 건 단순한 금융상품 추천이 아니었다.

대신 “지금 당신의 자산 구성에서는 유동성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었다. 1년 이내에 쓸 수 있는 돈이 200만 원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재무설계사가 필요한 건 상품을 팔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놓친 부분을 객관적으로 봐주기 위함이라는 걸. 상담 비용 50만 원이 비싼지 싼지는 그 이후로 판단했다.

상담 후 3개월, 실제로 바뀐 것

상담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정기예금 하나를 일찍 해지하는 것이었다. 약 200만 원. 페널티로 이자 15만 원을 잃었지만, 그 돈으로 즉시 인출 가능한 고금리 통장(연 약 4%)을 만들었다. 그리고 만기가 오는 정기예금 1,200만 원은 연금저축펀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세제 혜택을 고려하면 연 약 3% 고정금리보다 낫다는 상담사의 조언이었다.

5월 말 기준으로 3개월이 지났다. 통장은 여전히 5개지만, 이제 각 통장이 하는 역할이 명확하다.

비상금 200만 원, 1년 내 쓸 계획 있는 돈 300만 원, 장기 저축 1,500만 원, 연금저축 1,200만 원, 펀드 투자 1,800만 원. 더 중요한 건 만기 알림을 스마트폰에 설정했다는 것이다.

6월 중순에 정기예금 하나가 만기 되는데, 미리 어디로 옮길지 정했다.

재무설계사 상담이 정말 필요한 사람

상담을 받고 나서 생각해본 것은 누가 재무설계사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였다. 월급이 많은 사람? 저축액이 많은 사람? 아니었다. 필요한 건 자산이 5,000만 원 이상이면서 그 자산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금리나 세제 혜택을 고려해서 자산을 재배치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판단이 안 서는 사람이었다.

상담료가 50만 원이었으니, 이게 가치 있으려면 최소 월 이자 손실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내 경우 정기예금과 펀드의 배치를 바꾼 것만으로도 연 이자 차이가 약 60만 원 정도 났다. 1년이면 상담료는 이미 뽑은 셈이다.

상담 전에 꼭 해두면 좋은 것들

다른 사람에게 재무설계사 상담을 권할 때 가장 먼저 말하는 건 상담 전에 통장을 정리하라는 것이다. 지난 1년 통장 내역, 각 계좌의 금리와 수수료, 만기일. 이 정도만 정리해도 상담 시간이 훨씬 효율적이 된다. 상담사도 당신의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맞춤형 조언을 더 빨리 해줄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상담료를 아깝게 생각하지 말 것. 내가 3개월간 실제로 얻은 건 단순한 상품 추천이 아니었다. 내 자산의 구조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얻었고, 앞으로 금융 결정을 할 때의 기준을 얻었다. 그게 50만 원의 가치가 있는지는 각자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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