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고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지난해 11월, 직장을 옮기면서 급여 계좌가 바뀌었다. 새 은행에서 추천하는 신용카드를 받으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신청했다.
3개월을 쓰고 나서야 알았다. 내 소비 패턴과 완전히 안 맞는 카드였다.
매달 카페에서 3만 원 정도 쓰는데, 카드 혜택은 대형마트 할인에 집중돼 있었다. 결국 6월에 다른 카드로 바꿨는데,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다.
카드를 고르는 건 상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내 생활을 먼저 읽어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지난 3개월 통장을 정직하게 들여다봤는가
카드를 고르기 전에 할 일은 광고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통장을 보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어디에 돈을 쓰는지 알아야 카드의 혜택이 내 삶에 닿는다.
나는 작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내 지출을 정리해봤다. 월급 230만 원 중에 식비가 65만 원, 교통비가 12만 원, 온라인 쇼핑이 28만 원, 카페와 간식이 18만 원이었다.
이 패턴이 보이자 카드 선택이 명확해졌다. 할인이 많은 곳이 어디인지가 아니라, 내가 자주 가는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
두 번째, 연회비를 내가 정말 벌어올 수 있는가
신용카드 혜택을 보면 연회비가 있는 카드들이 눈에 띈다. 1년에 5만 원, 10만 원을 내는 대신 더 큰 할인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건 도박이다. 카드사는 당신이 그 연회비를 충분히 벌어올 거라고 믿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서 신청한다.
현실은 다르다. 내 경우 작년에 연회비 없는 카드로 바꾼 후 월평균 3,200원의 캐시백을 받고 있다.
연 3만 8,400원이다. 만약 연회비 10만 원짜리 카드를 썼다면 손실이다.
연회비 카드는 월 최소 8만 원 이상을 그 카드로 써야 의미가 있다. 당신의 월 지출이 그 정도인가.
세 번째, 포인트 적립률이 높아도 쓸 곳이 없다면
어떤 카드는 특정 가맹점에서 5%, 10% 할인을 준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신이 그 가맹점을 1년에 몇 번이나 가는가. 나는 특정 편의점 체인에서 5% 할인을 주는 카드를 2년 들었다.
그 편의점은 집에서 멀었고, 결국 1년에 3번 정도만 갔다. 할인받은 금액은 500원 정도였다.
포인트나 마일은 어떤가. 적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쓰려면 조건이 복잡하다.
일부 카드는 최소 3만 포인트 이상 모여야 사용할 수 있다. 당신이 그 카드로 월평균 얼마를 쓰는지, 포인트가 실제로 쌓이는지 6개월 후에 확인해보자.
네 번째, 청구 할인과 캐시백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신용카드 혜택은 크게 두 가지다. 청구 할인과 캐시백이다.
청구 할인은 카드사가 직접 청구 금액에서 빼주는 방식이고, 캐시백은 포인트나 현금으로 나중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심리적으로 다르다.
청구 할인은 즉각적이고 명확하다. 카페에서 1,000원을 할인받으면 그 자리에서 느껴진다.
캐시백은 한두 달 뒤에 통장에 들어온다. 그 사이에 당신은 그 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경험상 청구 할인이 있는 카드가 실제 체감 혜택이 더 크다.
다섯 번째, 해외 결제를 얼마나 자주 하는가
해외 쇼핑이나 여행을 자주 한다면 환율 우대나 해외 수수료 감면 혜택이 중요하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만 한다면 이 혜택은 거의 의미가 없다.
나는 지난 1년간 해외 결제를 총 3번 했고, 환율 차이로 아낀 금액은 약 2,000원이었다. 그런데 카드 선택 과정에서 해외 환율 혜택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당신의 생활 패턴에서 해외 결제의 비중이 얼마인지 먼저 계산해보자.
여섯 번째, 보험 혜택이 정말 필요한가
신용카드는 여행 보험, 쇼핑 보험, 도난 보험 등 여러 보험을 제공한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건이 까다롭다. 여행 보험은 카드로 항공권을 샀을 때만 유효하고, 쇼핑 보험은 특정 금액 이상일 때만 적용된다.
나는 작년에 온라인 쇼핑 중 상품 하자가 생겼을 때 카드 보험을 청구해봤다. 서류 준비, 통화, 승인까지 3주가 걸렸다.
결국 받은 보상은 12,000원이었다. 시간 대비 효율이 낮다.
당신이 이미 직장에서 제공하는 보험이나 개인 보험이 있다면, 카드의 보험 혜택은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자.
일곱 번째, 최소 사용액이나 자동 갱신 조건을 확인했는가
일부 카드는 연회비를 면제하기 위해 월 최소 사용액을 요구한다. 보통 월 50만 원 이상을 써야 한다.
당신이 그 조건을 충족할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선택 대상에서 빼야 한다. 또한 자동 갱신 설정을 확인하자.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자동 갱신으로 설정해둔다. 1년 뒤에 깨닫고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올해 초 사용하지 않는 카드 3장의 자동 갱신을 해제했다. 그 과정에서 1년간 낸 연회비 총 18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카드를 신청할 때 메모장에 갱신 예정일을 적어두자.
결국 내가 고른 카드는
지난 6월에 바꾼 카드는 연회비가 없고, 식비와 카페에서 약 1% 캐시백을 주는 상품이다. 특별한 혜택은 없다.
하지만 내 생활에 맞는다. 월평균 83만 원을 카드로 쓰고 있고, 월 1,245원 정도의 캐시백을 받는다.
연 15,000원 정도다.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내가 어차피 쓸 돈에서 자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카드를 고르는 건 큰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작은 결정의 반복이 1년 뒤 통장에 차이를 만든다.
당신의 카드가 정말 당신의 생활을 이해하고 있는지, 한 번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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