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처음 투자 통장을 만들었다. 월급에서 떼어낼 수 있는 최대한 작은 금액, 10만 원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 첫 달에 내가 실수한 건 단순했다. 앱에 뜬 상품을 무작정 클릭해서 5만 원을 펀드에, 5만 원을 ETF에 나눠 넣었다.
한 주 뒤 계좌를 보니 벌써 2천 원이 줄어 있었다. 손실이 아니라 수수료였다.
그제야 ‘아, 작은 금액일수록 수수료 비율이 더 크게 먹히는구나’ 싶었다.
수수료가 생각보다 무겁다
소액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수수료다. 10만 원을 투자할 때 거래 수수료로 천 원, 환전 수수료로 오백 원이 빠진다면 투자 수익률은 이미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내가 처음 고른 펀드의 보수는 연 약 0%였는데, 10만 원에 약 0%는 연 800원이다. 그런데 거기에 판매 수수료 약 0%가 더해지면서 첫달부터 1500원이 사라졌다.
이걸 깨닫고 나서 3월에 전략을 바꿨다. 수수료가 거의 없는 상품으로 옮겼다.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바꾸면서 보수를 약 0%까지 낮췄다. 같은 10만 원이면 월 750원 정도만 빠진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1년이면 9천 원이 다르다. 소액 투자일수록 이런 작은 차이가 전체 수익률을 좌우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작은 금액도 분산이 필요하다는 착각
초반에 내가 범한 또 다른 실수는 무리하게 분산하려던 것이었다. 10만 원을 5개 상품에 나눠 사려고 했다. 뭔가 전문적일 것 같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5개 상품에 각각 2만 원씩 넣으면 거래 수수료만 5배가 된다. 게다가 계좌 화면이 너무 복잡해져서 어떤 상품이 뭐 하는 건지 추적도 힘들었다.
5월쯤에 깨달았다. 월 10만 원 정도의 소액이라면 차라리 1~2개 상품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걸. 지금은 코스피 ETF 하나에만 매달 10만 원을 꾸준히 넣고 있다. 수수료도 적고, 추적도 쉽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
자동이체 설정 전에 먼저 해야 할 일
소액 투자는 자동이체가 핵심이라고 많은 글에서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자동이체를 설정하기 전에 내 통장에서 정말 빠져나갈 여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급여 계좌에서 매달 10만 원씩 투자 계좌로 자동이체하도록 설정했다. 그런데 3월에 예상 못 한 지출이 생겼다.
세탁기 수리비 28만 원이 들었다. 그 달에는 통장이 비어 있었고, 투자 계좌로 가야 할 10만 원이 자동이체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체 실패 때문에 은행에서 연체료를 물렸다는 것이다. 5천 원 정도지만, 투자 수익으로는 1년을 벌어야 할 돈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자동이체 전에 3개월치 생활비와 예비비를 따로 떼어놨다. 그래야만 정말 여유 있는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목표 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으면 안 된다
소액 투자를 시작하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다. 월 10만 원씩 1년을 넣으면 120만 원인데, 여기서 20% 수익이 나면 24만 원이 된다는 식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지난 8개월간 내 포트폴리오는 평균 약 3%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20만 원을 투자한 현재 수익은 3만 8천 원 정도다.
처음엔 좀 아쉬웠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니 월 10만 원으로 월 4700원 정도의 수익을 본다는 건 나쁜 결과가 아니었다. 특히 은행 적금 이자가 월 3천 원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소액이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가 배운 것
8개월을 해보니 소액 투자의 핵심은 큰 수익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걸 알겠다. 월 10만 원이 크지 않은 금액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돈이 5년이 되면 600만 원이 된다.
거기에 수익이 더해지면 700만 원대가 될 거다. 처음부터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작은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게 오히려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수수료를 깎고, 분산을 줄이고, 예비비를 확보하고, 기대를 낮추는 것들이 모두 작은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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